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기존 로맨스 공식을 뒤집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여성 캐릭터와 로맨스 연출 방식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꺼내놓았습니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그만의 연출 철학이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됐는지 살펴봅니다.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대군부인까지, 박준화 감독의 연출 이력
박준화 감독은 2007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으로 연출 데뷔한 뒤, '이번 생은 처음이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로맨스 장르를 다뤄온 인물입니다. 드라마마다 색깔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MBC 극본 공모 당선작으로, 신인 작가 유지원이 집필을 맡은 작품입니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을 베테랑 감독이 만났다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순정만화의 외피, 그 안의 낯선 여성 캐릭터
박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순정만화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기존 순정만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성 주인공의 면모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독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강한 캐릭터"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아이유가 연기한 성희주는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관계를 주도하는 인물로, 기존 로맨스물의 여주인공 공식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궁 안에 갇힌 왕자를 공주가 끌어내는 이야기 같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이 '로맨스 맛집'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 클리셰 로맨스, 설렘의 공식을 다시 쓰다
박 감독은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 로맨스 장르를 집중적으로 탐독했다고 밝혔습니다. 설렘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관계의 핵심 포인트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신의 연출 방식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고민도 함께 안고 작업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변우석이 맡은 이안대군 캐릭터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언급을 남겼습니다. 초반에는 강인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조카에 대한 애정과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부정적인 상황 앞에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복합적인 면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단순한 전형적 남자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서로를 끌어내는 관계, 그것이 이 작품의 설렘
박 감독은 성희주와 이안대군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구원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끌어내고 변화시키는 관계"로 정의했습니다. 성희주가 이안대군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나아가는 장면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는 쉽게 반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순간들이 결국 이 작품만의 설렘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 여성 서사의 변화
박 감독은 요즘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들이 예전보다 훨씬 주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관찰합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표현하고,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함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흐름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강인해 보이는 인물 안에 복합적인 감정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는, 21세기 대군부인이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지금 이 시대의 감수성을 포착하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베테랑 감독의 시선이 신인 작가의 대본과 만나 빚어낸 결과물이 앞으로 어떤 감정의 결을 더 쌓아갈지, 기대를 갖게 하는 인터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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